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기대감이 큰 모양새다. 심지어 ‘법정구속’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회자된다. 공직선거법 사건을 통해 기대감의 상한이 없어진 분위기다. 좋은 일이다. 다만 조금 더 근거 있게 이 상황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나는 위증교사에서 중형이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 아니, 중형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들의 처벌방식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A라는 사람이 5개의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재판결과 1번에서 4번 범죄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 5번 범죄는 징역 2년의 가벌성이 있다고 하면, 이 사람에 대한 선고형은 얼마일까? 합산해서 6년(1+1+1+1+2)일까?
여러범죄를 일컫는 법적용어는 ‘경합범’이다.
경합범은 실제 여러 범죄인 실체적경합, 하나의 범죄지만 여러 죄명이 붙는 상상적경합, 경합이 아닌데 경합으로 보이는 법조경합(특별법 우선) 등이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혐의를 논하는 글이므로 상상적경합과 법조경합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실체적 경합범의 처벌방법은 형법에 잘 나와 있다(이해를 위해 법조문을 의역함).
제37조(경합범의 정의)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여러 죄 또는 자유형(징역,금고) 이상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
제38조(경합범 처벌방법) ①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 다음과 같이 한다.
1.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인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2. 각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유기징역(유기금고)인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상한)에 1/2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를 합산한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 (이하생략)
제39조(경합범을 따로 판결할 때) ①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를 판결할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한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이하생략)
피고인이 100개의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중 하나에 대해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경우 99개의 범죄에 형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모두 흡수되기 때문이다(제38조 제1항 제1호).
문제되는 것은 유기자유형의 경우인데, 우리 형법은 합산이 아닌 가중방식을 사용한다. 최고 높은 형의 범죄에 1/2 가중을 하는 것이다(제38조 제1항 제2호 전단). 앞의 예에서 가장 큰 형이 정해진 범죄는 5범 범죄이다(징역 2년). 따라서 1~5번 범죄를 같이 판결하는 경우 이를 합산한 6년이 아니라 5번 범죄 2년에 1/2을 가중한 3년(2+1)이 되는 것이다. 합산 6년은 가중된 형이 초과할 수 없는 상한의 의미만 가진다(제38조 제1항 제2호 후단).
이렇게 놓고 보면 어떤 피고인에 대한 처벌수위는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는지, 즉 범죄의 양보다 그 중 법정형이 크고 죄질이 높은 범죄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비중 있고 증명 가능한 확실한 범죄가 있다면 잡다한 다른 범죄를 기소하느라 수사력과 재판자원을 소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굵직한 범죄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형사절차적으로는 현명하다.
이러한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다음과 같은 욕망을 가질 수 있다.
위 예에서 5개의 범죄를 묶어서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다른 법원에 또는 시차를 두어 다른 재판부나 다른 재판절차에 회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순차적으로 고유의 처단형이 선고 되므로 형의 집행단계에서 합산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명국가에서 이런 제도적 공백이 있을 리 만무하다. 형법 제39조가 그것이다. 따로 재판을 받는 경우라도 경합범 관계에 있다면 같이 재판할 때와 비교해 균형을 맞추고, 이를 위해 필요하면 감경이나 면제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경합범은 재판확정 전에 모든 범죄가 완료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판결 후에 저지른 범죄는 경합범의 제한을 받지 않고 오히려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이재명 대표가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인 재판의 묶음은 5개다. 우선, 이들은 모두 경합범 관계에 있다(형법 제37조). 그 중 ①공직선거법은 1심 선고, ②위증교사는 선고 예정이다. ③대장동 사건과 ④대북송금 사건은 진행중이고 ⑤법카사건은 오늘 기소 되어 재판이 개시 되었다. 향후 기소 가능한 다른 범죄들이 수사중에 있지만 우선 설명의 편의를 위해 위 재판들에 집중해 설명한다.
각 법정형을 보자. 이미 선고된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는 모두 상한이 5년 이다(다만 공직선거법은 피선거권이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 법정형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분리선고 대상이다). 이에 반해 ③대장동 사건 묶음을 구성하는 범죄들은 특가법상 뇌물, 특경법상 배임 등 모두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한 중범죄로 구성되어 있다. 하한이 최소 징역 5년 또는 10년이므로 상한이 5년인 ①②번과 비교가 되지 않는 무게감이다. ④대북송금 사건 묶음은 외국환거래법의 법정형은 낮지만 역시 특가법상 뇌물혐의가 포함되어 있어 법정형 상한은 대장동과 같다. ⑤오늘 기소된 업무상배임의 법정형은 상한이 10년이므로 ①②번보다 높지만 하한이 10년인 ③④에 한참 못 미친다. 즉, 비중으로 보면 ③④번이 압도적으로 크다. 법정형이 낮은 두가지 범죄부터 순차적으로 결과물이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형량과 그 의미는 다르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피고인 이재명의 방탄조끼를 벗길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피선거권을 박탈해 정치적 갑옷을 입지 못하게 하고 그 실질적 영향력을 완화 시킨다. 다른 재판을 통한 역사적 심판을 원활히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재명이란 사람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서슴없이 타인을 압박하고 사실을 왜곡하며 그럼에도 반성하지 않고 거짓말을 이어가는 사람임을 공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재판이다. 이재명의 본질을 세상에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⑤번 사건은 그가 공사구분이 없는 위험한 인물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③④번도 같은 의미가 있지만 내용이 어렵고 복잡해서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 ⑤번 사건이 이를 쉽게 보여주는 샘플이 될 것이다.
나는 이재명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③④번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 본다. 공적 마인드 없고 사욕 챙기는데 절제 없는 인물이 공적 자리에 가면 얼마나 이 사회와 국가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밝혀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에 걸맞는 중형으로 역사적 교훈을 삼고 유사사례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포본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 프롤로그인 ①②번을 시작으로 본문인 ③④를 거쳐 에필로그인 ⑤까지 잘 갖춰진 과정을 하나하나 밟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하는 과정으로서 나름 모양새가 괜찮다고 본다. 현재 수사중에 있는 다른 범죄들이 추가 기소되는 것은 코스 요리를 즐긴 후 받는 기념품으로 봐도 되겠다.
다시 위증교사로 돌아와 보자.
식사로 치면 에피타이저에서 본식으로 넘어가기 전 입가심을 하는 정도의 비중이라 볼 수 있다. 법정형이 그의 다른 혐의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만약 경합범 관계에 있는 다른 재판들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면 흡수 되었을 혐의이다. 흡수하지 않고 분리선고 하는 공직선거법 사건과도 차이가 있다. 그리고 교사죄는 정범이 아닌 공범이다. 간접범죄의 속성이 있는 것이다. 특수교사가 아닌 한 가중처벌 되지도 않는다. 위증교사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선고형을 정할 것이다. 그래서 법정구속까지 언급되는 것은 다소 괴리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위증교사에 중형이 선고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중형이 선고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경합범 처벌례에 따르면 먼저 진행되는 위증교사 재판의 양형은 이어지는 다른 재판의 양형을 억제할 수도 있다. 위증교사에 법정구속을 언급할 정도로 중형이 먼저 선고 되면 경합범 관계에 있는 ③④번 판결 선고시 위증교사의 처벌을 감안해야 한다. 같이 재판 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 감경할 가능성에 노출된다는 것이다(형법 제39조). 위증교사죄가 어중간하게 중대범죄 선고형을 축내는 부작용도 있는 것이다. 물론 양형이라는 것이 단순 산술적으로 따질 성질의 것은 아니고, 당장 속이 시원하게 결과를 보고 싶은 심정도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굳이 에피타이저로 포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좀 여유를 가져도 된다는 의미이다.
웨이팅이 많은 식당에 그동안 들어오지 못하다가 이제 자리에 앉았다. 음료가 나오고 전식이 등장 했다. 기다린 마음과 높은 기대감을 해소할 차례이다. 그러나 본식과 디저트로 가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그동안의 대기시간을 제대로 보상 받는 방법이 아닐까.
(법적내용의 서술은 이해를 위한 범위에서 의역과 가공이 있음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1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미 19일에 작성된 기사네요.고맙습니다.맘이 한결 차분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 속상해서 뉴스보기도 싫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조금 안심합니다. 그래도 많이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군요 ㅜㅜ
항소 갑시다~~~!
ㅋㅋㅋㅋ 맞습니다 맞아요 기다리다 지쳐서 아사지경에 이르다 보니 대놓고 밑반찬
자꾸 집어먹고 있는 거죠 뭐라도 잘못되기 전에 감빵에 일단 처넣고 안심하고 싶은 맘요 ㅎㅎㅎ
중형 선고되지도 않을 거고 될 필요도 없는 거군요 추가기소 되는 건들은 따로 또 계산이 되면
두세 뭉치는 될 것 같은데 그럼 빵에서 이번 생은 대충 정리되는 걸까요? ㅎ 희망사항입니당
김변님 선거법위반 1심에 법정구속이 안돼 아쉬운 마음이 앞섰는데 왜 그래야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형이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우린 즐기기민하면 되네요
메인은 대장동이니까
명쾌한 설명에 확실히 이해가 됐습니다.
다만 마음은 '부페' 가서 배가 터질 정도로 먹어도 속이 시원치 않을만큼 '평생 옥사' 기원하는 마음이.. ㅎ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3년 바라고 바랬지만 실형이 나오면 만족합니다
기다린 시간이 얼마인데, 에피타이저로 배채울 순 없죠
이햐~~~!!! 암튼 에피타이져 웨이팅 본식 ~~~부라보 ㅎㅎㅎ
이번 칼럼도 아주 흥미롭게 잘 보았습니다.
매번 유익하고 멋진 칼럼 감사합니다.
이재명의 패악질을 10여 년 이상 지켜본 사람들은
검찰의 기소도 느리고 재판부의 재판도 느리고
단죄할 의지는 있는 거냐며 대부분 답답해 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런데 검찰의 시나리오가, 솜씨가 아주 괜찮은 거였네요.
선거법에 이은 위증교사죄가 에피타이저 정도라니
본식인 3,4 를 기대합니다.
ㅠㅠ
그러다 대선 출마한다 할까 겁나잖아요
왜 또 겁주세요
뺏지떼지면 좋을텐데 ..25일에
아.. 그릫군요. 이해했습니다. 근데 김성훈 변호사님 작은 사진에 갑희님 얼굴이 경합(?)되어 있네요. 정정하셔야 겠어요.
워낙 앞선 선거법위반에 예상보다 중형을 선고해서 다음주에 있을 위증교사 재판에 더 큰 중형이 나오길 기대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윤갑희 기자님의 명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3, 4번 제발 뇌물죄(제3자, 포괄적) 빕니다.
법정구속은 무리겠지요.
법정구속되면 좋겠지만 것보다 죄질이 너무나쁜 위증교사는 집유뺀 실형이 선고되길 그것만 바라요